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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95년
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던거 같다.
머리를 대표곡인 "달팽이"의 더듬이의 집합처럼 하고
서정적인 노래를 불러대는 그룹이 나타났으니...
그 이름하여 "패닉"
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해..
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..
언젠가~~
먼 훗날에~~
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..워어어
곡 가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학도 없고
마냥 하루하루 친구들과 노는게 즐거운 중딩이었지만
마치 하루하루 고뇌하는 현대인인마냥
패닉의 달팽이를 불러댔었다.
그리고 패닉의 이적은
당시 공부 좀 한다는 중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서울대 재학생! 고학력자!
지금은 그의 음악이 고학력자라는 포장에 덮여 오히려 평가절하되지는 않았나.. 하는 생각도 들지만
그 때 당시 나에게는 푹 빠질만한 요소를 두루두루 갖춘 매력적인 뮤지션이었다.
거기다가 내가 좋아하는 문세 아저씨의 별밤을 이어받아 1996년부터 시작된 이적의 별밤에서 보여준 그의 재치와 입담은
진짜 유치하게도 먼 훗날 내가 결혼을 한다면 꼭 저 사람이면 좋겠다는..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ㅎㅎ
그 후로도 이적은 패닉, 긱스, 역시 고학력자이자 서정적 멜로디와 가사, 음성을 두루 갖춘 김동률과의 콜라보 등등으로 나의 어린 감성을 촉촉히 만들어준..때로는 한번 더 생각할 기회를 주는..그런 뮤지션이었다.
새해 무슨 책을 읽을까 둘러보다가
내가 사랑했던 그가 쓴 책이 눈에 띄어 읽어보게 된 책.
"이적의 단어들"
지문사냥꾼, 당연한 것들, 기다릴게 기다려줘 등의 책을 출판한 작가인 이적은 이번엔 하나의 단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모아 놓은 산문집으로 독자(나)를 찾아왔다.
이적은 이 책을 마감하며 자신의 책이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곁에 머무는 "시간을 견디는 책"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단다. "시간을 견디는 책"이라니..
이 사람의 단어는 어찌 이렇게 고급진가..
역시 여전히 멋지고 멋지게 나이들었다.
그리고 저렇게 멋진 책 소개 글을 쓰고 싶은데 여전히 주저리주저리하는 나를 발견하고 어설프게 나이든 내가 서글프다.
쓰다보면 늘지 않을까? ^^;
'이적의 단어들' 이라는 책에서 이적의 서술들은 어설픈 나에게도 찰나의 '아!'와 그보다 조금 더 긴 '그래 그렇지.."를 반복하게 하는 가볍게 읽히지만 가볍지만은 않은.. 내가 사랑했던 그의 여전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.
"시간을 견디는 아티스트"
전성기때 인기 같지 않지만 오래오래 들어도 좋은 음악을 만드는 그런 아티스트
그게 이적이 아닐까?
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견디는 글들도 시간을 견디는 작가가 되어주기를..
이적을 사랑했던 내 친구들
독서를 하고 싶지만 책만 펴면 꾸벅꾸벅 졸게되는 노안이 시작된 내 또래 언니들
그리고 꼰대가 되어가는 내 또래 오빠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.
그리고 나도 매일매일
"진영이의 단어들"을 모아 내 삶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로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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